
내가 지내고 있는 셰어하우스에는 남자 2명 여자 1명의 룸메가 있는데 세 명 모두 Vegetarier 채식주의자이다. 주변에 채식주의자가 거의 없는데 룸메 3명 모두가 채식주의자라니..
신기해하는 나에게 룸메들이 친절하게 본인들이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주로 먹는지 설명해주었다.
헬레나는 인도에서 지냈던 6개월 동안 독일에서 평소에 먹던 음식이 아닌 인도식 음식을 자주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육식이 아닌 채식을 하게 되었고 요가를 하면서 채식이 본인의 몸에 더 맞는다고 느껴져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는 많은 양의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동물들이 고통스럽게 살다가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고,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현상에는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싶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했다.
기르에메는 원래 고기나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헬레나와 비슷하게 동물에 대한 죄책감으로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남자 룸메인 크리스티안은 사실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닌데 여자친구가 채식주의자여서 같이 요리를 먹다 보니 본인도 자연스럽게 고기나 생선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고기 없이 어떤 요리를 해 먹을까? 정말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요리를 해서 먹고 심지어 맛도 좋았다. 토마토 스파게티를 할 때 미트볼 같은 고기를 빼고 토마토 페이스트에 진짜 토마토를 구워 같이 볶아 먹고 아니면 바질 페스토에 애호박이나 아스파라거스를 넣어 스파게티를 한다.
가끔 호박에 카레 가루로 맛을 낸 수프도 요리하고, 아니면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를 먹는다. 모든 음식이 진짜 다 맛있었다. 그리고 룸메들이 아침마다 즐겨 먹는 콩으로 만든 빵에 발라먹는 후무스를 나도 먹기 시작했는데 진짜 너무 맛있어서 매일 먹었던 것 같다.
물론 햄을 올린 빵도 함께. 그리고 최근에 간식으로 생당근을 많이 먹었다. 한국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상하게 당근이 너무 맛있어서 매일 아침에 당근을 꼭 챙겨 먹었다.
그러다가 한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라면을 사서 먹었는데 ‘아 역시 너무 맛있다’ 싶다가 문득 음식이 엄청 자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새삼 내가 독일에서 건강하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룸메들 덕분에 채식주의자가 맛없는 음식만 먹고 불편하고 예민한 생활을 할 거라는 편견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맛있고 편한 자꾸 손이 가는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간편한 음식만 먹으면서 지냈던 건 아닌지 내 몸에 미안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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